[특별기획] 새정부 문화정책 진단과 해법
[특별기획] 새정부 문화정책 진단과 해법
  • 진보연‧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5.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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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재발, 코로나 여파…문화예술계 우려
예술인 지원, 정확한 진단ㆍ실효성 있어야
이미 안착한 정책 확대하는 차원, 구체성 부족
근본과 전통 있는 문화예술 정책 필요
K콘텐츠 강화 중요, 국내 문화예술계도 살펴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이지완 기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 간 유지됐던 ‘청와대 시대’가 저물고, ‘용산 시대’라는 새로운 문이 열렸다. 새로운 공간에서 열어갈 윤석열 정부의 5년이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선에 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출범 47일 만에 윤석열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 110개를 확정해 지난 3일 발표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담은 ‘110대 국정과제’를 3일 발표했다 (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담은 ‘110대 국정과제’를 3일 발표했다 (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 비전의 슬로건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해당하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문화공연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국정과제 발표에 앞서 지난 4월부터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수차례 간담회를 개최하고 분야별 문화예술계 인사, 문화 예술노동연대, 청년예술가, 원로 등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인수위를 통해 지금까지 발표된 문화예술 분야 국정과제는 크게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 ▲전통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및 가치재고 등이다.

특히 윤 정부는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K콘텐츠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ㆍ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통부 등이 참여하는 미디어ㆍ콘텐츠산업 컨트롤타워 설치 △K콘텐츠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 전진기지 구축 △세계적인 콘텐츠 IP 보유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메타버스ㆍ실감콘텐츠ㆍOTT 등 신시장 주도를 위한 콘텐츠 제작 지원 및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

예술인을 위해서는 보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예술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복지와 안전망 강화를 통해, 국내 예술생태계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예술 창작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청년예술가 생애 처음·경력단절 이음 지원 확대 ▲전문·신진 예술인 대상 창작준비금 지원 확대 ▲예술인 정의 및 활동증명 제도 개선 ▲문화예술 창작ㆍ향유 공간 조성 ▲예술기업의 창업단계별ㆍ글로벌 도약 지원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 및 산재보험 적용 확대 ▲예술인 공공임대주택 제공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ㆍ전시장 조성 등이 있다.

또한 △문화누리카드 지원금 단계적 인상 △문화비 소득공제에 스포츠, 영화, 체육시설 이용료 포함 △전통문화산업 진흥 법 제정 △‘문화도시 2.0’(가칭) 추진 △중장년 청춘문화공간(가칭) 및 사회적관계회복지원센터(가칭) 운영 △세종학당 확대 △공공수어통역 지원 등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보장을 통한 문화복지 실현을 꾀한다.

윤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대해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형태를 띠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냉담하다. 문화예술계가 어려움에 놓인 상황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고, 이미 안착한 정책을 확대하는 차원인데다, 구체성도 부족해 기대할만한 정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포괄적인 단위에서 정책들은 모든 예술을 다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반대로는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겉핥기 식, 보여주기 식의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공연 장면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공연 장면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벼랑 끝 문화예술인, 지위와 권리 ‘법률’로 보장해야

故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가 죽고 나서야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고, 예술인들의 실업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보험제도는 코로나 방역 위기상황에서 제도화됐다. 무대스태프 알바를 하던 젊은 예술인이 죽고 나서야 예술인이 겪고 있는 산업재해와 안전 문제가 잠깐 거론되고, 권력에 의한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고, 문화예술계 위계폭력과 성폭력이 고발되고서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는 현실이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예술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술현장 실태조사와 그에 기초한 법ㆍ제도의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노동관계법령을 개정해 모든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문화예술노동자 역시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2020년 12월 시행된 고용보험에 대한 예술인 특례는 현실에 맞춤 적용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예술인의 경우 임의가입인 산재보험은 ‘확대’ 적용이 아닌 ‘당연가입’으로 전환시키고, 활동 특성에 적합한 산재 판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9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의 제대로 된 성안과 공포, 행정적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청년 예술인 처우 개선,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

청소년부터 청년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며 문화교육과 공연연출 교육을 하고 있는 예술도서관 문승현 대표 역시 학생들의 취업, 나아가 직접 선보이는 순수 예술 작업과 직결되는 문화 예술 정책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무엇보다 예술 현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또 다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간섭과 검열 없는 효과적 지원을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나온 문화예술 국정과제 7가지를 보면 ‘지역별 문화예술 격차 해소’와 ‘문화누리 카드 지원금 확대’ 등 모두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메타버스와 NFT, IT기술과 스타트업 지원 등 새로운 기술의 결합과 문화산업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라며 “다만, 문학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외에 연극, 미술 등 순수 미술 분야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어 아쉽다. 문화예술 기본권이 보장돼 국민들이 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창작자들에게도 긍정적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인수위 청년소통 TF, 웹툰작가 현장간담회 현장 (사진=인수위 제공)
▲대통령 인수위 청년소통 TF, 웹툰작가 현장간담회 현장 (사진=인수위 제공)

예술인 지원 사업, 보완될 점 여전히 존재

올해 제 21회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현재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해 설치‧미디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권아람 작가에게 창작 현장에서 정부의 현안들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물어봤다. 권 작가는 “2013년, 2015년부터 국가 단위의 지원 사업들을 찾아보고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예술인들을 위한 사업들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사회가 예술가와 어떻게 상생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녹아있고, 특히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프로젝트가 점차적으로 확대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정권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관통했기에 문화예술을 위한 정책 기조나 방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럼에도, 지원 사업을 좀 더 세분화 시켜서 개개인 작가 정체성에 맞는 지원을 하고자 국가 단위에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 작가는 예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계속 발전해왔던 문화예술계 정책방향이 새롭게 들어설 정권에도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이어 가기만 하면 괜찮을 것일까. 미술 분야에도 회화, 설치, 미디어, 조각 등 굉장히 많은 분야가 있다. 미술계 내에서도 장르별 격차는 존재한다. 청년 작가이면서, 전통공예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유지윤 작가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을 도모하길 바란다는 또 다른 의견을 전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청년 작가이자 옻칠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 작가는 최근에는 《통영! 나전과 옻칠을 빛내다!》를 통해, 국가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유 작가는 전통공예, 소외된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 작가는 “과거에 비하면 공예계도 문화예술계에서 정말 많이 나아진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회화나 미디어 등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여전히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다.

청년 창작자들과 공예인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적다는 점도 하나의 개선 방향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자체 단위에서 청년 공간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그런데, 대게 그런 공간들은 스타트업이나 청년창업가들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공예의 경우 레지던시가 서울 지역의 2곳, 경기 지역에 1곳 정도로 굉장히 부족하다. 장르별로 지원에 격차가 있다는 점을 정부차원에서 인지를 해주길 바란다”라며 현 정책방향이 놓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짚었다. 이어 유 작가는 “국가단위에서 예술인들을 위한 좋은 지원사업을 준비해주고 있다고는 느낀다. 하지만 그 행정적 절차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예술인이 있고, 그것에 대한 보완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라며 실질적인 개선 방향에 대한 또렷한 목소리를 냈다.

청년 예술가들이 느끼는 지점에 대해서 중견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윤진섭 평론가 역시 국가단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사업과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과 보완할 지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윤 평론가는 인수위가 주요내용들로 짚은 지점들이 현장 예술인과 잘 밀착돼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다수의 예술인들이 행정 절차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잘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평론가는 “예술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불신이 드러나는 지점이 행정의 지점이라고 본다”라며 “지원사업에 있어서 예술인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국가단위에서 인지해야 할 것”이라는 보완지점을 언급했다.

이어 윤 평론가는 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분야에 대해서도 보완지점을 언급했다. 윤 평론가는 문화예술계 지원, 국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실제적으로 있었다고 얘기했다. 지역단위에 마을 미술프로젝트가 잘 꾸려졌고, 국민의 삶 속으로 점차적으로 예술이 스며들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시도들이 발전해나가야 할 지점이 많다는 점을 짚었다. 윤 평론가는 “각 지자체 별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질을 높여야할 때”라고 꼬집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현장에 좀 더 밀착해 보완할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통영! 나전과 옻칠 특별전》 전시를 둘러보는 이칠용 회장과 조현준 통영부시장 (사진=이칠용공예일기 제공)
▲《통영! 나전과 옻칠 특별전》 전시를 둘러보는 이칠용 회장과 조현준 통영부시장 (사진=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 제공)

전 국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 예술인 상생의 길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국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지역과 진영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주는 정책 아젠다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과 중앙의 균형 발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에도 해당된다”라며 “구체적 정책은 현재의 문화예술 전반을 제대로 파악에서 나온다. 리더들이 문화 현장을 자주 찾아 현장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할 때 비로소 발전적인 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인수위는 문화와 복지를 한데 묶어 ‘사회복지문화분과’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와 복지가 어떻게 함께 묶였는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라는 큰 영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요구 되는 바”라고 전했다. 이어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얻으려면,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인물들을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정권을 거치며 선발된 인사들은, 언제나 기득권 위주로 이루어졌다”라며 “관변 예술가를 경계하려는 노력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연극 극단을 운영하는 A 대표도 현장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계는 매우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 단체들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대한 지원 및 보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실제로 코로나 피해로 인해 복구 불가능한 지경에 빠진 예술단체도 많다”라며 “피해를 파악하고 이를 구제하기 위해선 현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예술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집행하는 자리에, 문화예술이라는 장르와 예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도 결국 예술인”이라고 밝혔다.

국악인 백현호는 “새 정부의 문화예술분야 국정과제의 큰 방향성은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참된 문화예술 발전을 이룩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서 발표 현장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서 발표 현장

세계로 뻗어가는 K콘텐츠, 근간인 전통문화 교육에서부터 지켜야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방탄소년단,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작 <기생충>, 국내 드라마 최초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는 글로벌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한 대중문화의 시장이 열리게 되면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콘텐츠들 속에, 그 독특한 차별점을 드러내는 건 전통문화와 같은 로컬의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변화에도 우리나라 음악 교과과정에서 국악은 여전히 배제당하고 있다는 것이 국악계의 입장이다. 이달 초 이영희(가야금 산조)ㆍ신영희(판소리)ㆍ안숙선(가야금 병창) 등 국악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12명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존폐위기에 놓였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교대 교수인 정은경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장은 “음악 교과과정에서 국악 교육의 비중을 두고 투쟁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악계는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이런 어려움을 겪어왔다”라며 “전국 교육대에서 국악 관련 필수과목 수업 시수는 서울교대 1.5시간, 부산교대 1.5시간, 청주교대 2시간 등 평균 2.11시간에 불과하며, 사범대는 더욱 심각하다. 음악교육과에 국악 전임 교수가 있는 곳은 공주사대와 교원대, 단 두 곳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언어는 국어와 영어,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로 분리되어 있는데 국악은 여전히 서양음악 위주로 구성된 교과서 한 켠에 조그맣게 자리해야 하는 현실이 통탄스럽다”라며 “국악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교사들이 공교육 현장으로 나오면, 또 서양음악 위주의 수업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교원 양성 체제를 뿌리부터 개선해야만 국악 교육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교대와 사대의 국악 교수를 증원하지 않는 한, 아이들은 국악에 대한 장벽을 낮출 수 없을 것이고 공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악계와 더불어 전통공예분야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시됐다. ㈔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 이칠용 회장은 윤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정책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최근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런데,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가 옛것을 잘 지키고 뿌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 말이다”라며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K-컬처의 가장 핵심은 전통에 있다. 한류 확산도 중요하지만 전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문화예술 정책에 잘 녹여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회장은 윤 정부 인수위에 문화예술계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이 죽은 사람을 염습할 때 사용하는 ‘사동심결’과 비슷하다는 논란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도 씁쓸함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오랜 시간 문화예술계에 자리해 온 원로들이 존재한다. 전통공예에 대해 자문을 구하거나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라며 “새로운 정부의 의식과 뿌리가 불안하다는 걸 보여주는 헤프닝이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회장은 결국 문화예술계에 대해 돌보고 살피는 이들은 현장에 있는 참모와 공직자들일 것이라며, 그들이 좀 더 문화예술인 곁에서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함께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표했다.

▲Kiaf SEOUL 2021 현장 ⓒKiaf SEOUL
▲Kiaf SEOUL 2021 현장 ⓒKiaf SEOUL

현장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목소리를 들어 정책 변화 필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과 모두 주먹인사를 나누며 취임식 장으로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강조한 대통령 취임사로 국정 운영 방향을 전달했다.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는 보편적 가치다 (중략)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현 정부가 지향해 나가고자 하는 자유의 가치를 밝혔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통합을 강조했던 때와는 조금 다른 취임사였다.

문화예술계에선 포괄적이고 모호한 형태의 현 정부 정책이 개선되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중론이었다. 예술계를 관망하고 있지만 말고, 간섭하진 않되 현장으로 다가와 예술인과 함께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보자는 제안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새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는 교과서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모든 일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한데, 이에 대한 계획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라며 “반가웠던 것은 문화를 복지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는 점과 전통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법을 제정하여 전통 문화산업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점”이라는 전반적인 평가를 남겼다. 다만 “전통 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및 제고하고, 청와대 권역을 세계적인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전통 문화유산 지원에 있어 무형유산에 대한 지원보다는 유형유산에 집중되도록 설계된 것에는 아쉬움이 컸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예술인 지원체계는 전 정부와 대동소이하였는데, 문화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예술 육성에 대한 언급 없이 예술시장의 성장이나 공연시장의 유통 지원과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혀, 문화예술을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라며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민간주도로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지나친 간섭보다, 국가는 민간 영역에서 K-컬처 산업을 추진해나가는데 행·재정적 지원만 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문화진흥 의지는 앞으로 세워질 다음 연도 예산 계획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에 아쉬움은 있지만 부족한 점은 차차 채워나가길 바라며, 페이퍼에 담긴 내용만이라도 충실히 이행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성기숙 교수는 “최근 몇 년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미투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을 맞으며 한마디로 초토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새 정부에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원정책, 장기플랜으로 설계된 실효성 있는 정책 구현을 통해 품격 있는 문화강국으로 재도약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일현대미술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홍상문 작가는 한국미술계의 중견작가이면서, 장애예술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다. 장애 예술인을 위한 정책을 특별히 마련한 윤 정부에 대해서 홍 작가는 씁쓸한 기색을 비췄다.

그는 “함께하진 못하고 있지만 전국장애인연합회 투쟁에 항상 함께하는 마음이었다. 한 당의 대표라는 인물이 약자에 대해 야만적인 발언을 하는데, 그런 토대에서 과연 실효성 있는 장애인 예술 지원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든다”라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연륜을 가진 시각으로 살펴봐주길 바란다”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너무나 ‘시혜적’ 차원에서 제안되고 논의되고 있는 것이 개선할 지점으로 짚었다. 예술인들과 진정으로 현장에서 소통하며, 공동의 논의와 연구를 진행해 실질적 토대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키아프와 영국 프리즈가 공동 개최되는 올해가 한국 미술계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시대적 흐름과 감각을 통해 지금 이순간의 문화예술계를 잘 통찰해주길 바란다는 얘기를 전했다.

황 회장은 “올해는 미술계에 있어서 어쩌면 큰 기점이 될 수 있는 해다.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관광객과 콜렉터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해인 것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이 홍콩에서 서울로 넘어올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도 본다”라며 “새정부가 출범되고, 아직 준비할 것도 많겠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서 다양한 문화영역과 관광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 정부의 감각 있는 비전을 기다린다”라는 바람을 표했다.

한국문화예술언론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는 “문화의 시대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대중과 창작자의 가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매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전무한 상태다”라며 “문화매체를 언론의 영역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산업의 한 축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며 문체부의 전향적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문화예술계 분야 역시 ‘문화예술계’만으로는 정의될 수 없는 분야다. 각 예술 장르와 또 세분화된 예술 장르에서 가지고 있는 고충과 어려움은 모두 제각각이다. 이는 문화예술계 또한, 5천 만 국민이 살아서 생동하는 현장에서 완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예술은 항상, 국가의 시급한 문제 뒤켠에 존재해왔다. 경제, 안보, 민생, 외교 등 우리네 삶에 더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할 곳들이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 문화이고, 문화예술인 또한 국민임을 현 정부가 잊지 않길 바란다. 갑작스럽게 불어온 한류 열풍이 아니라, 그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그 토대와 근간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함께 고민하고 지켜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