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석의 우리시대 음악이야기] 국악 전문 공연장과 국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
[장용석의 우리시대 음악이야기] 국악 전문 공연장과 국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
  • 장용석/문화기획자
  • 승인 2019.03.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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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석/문화기획자

최근 정부 예산안에 24억 규모의 ‘전통문화예술전문 TV' 예산이 편성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동안 많은 국악인들의 염원 중 하나였던 것이 국악전문 TV'설립이었던바, 조금 아쉬운 점은 있으나 국악전문 채널로서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우리의 전통문화나 우리의 음악에 대해 얼마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실제적으로 정책을 통해 얼마만큼 반영되고 있는지를 곰곰히 살펴보면 아쉬움을 더해 많은 반성을 불러 일으킨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전남음악창작소장으로 3년간 일을 했었다. 전남음악창작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협업하여 만들고 운영하는 전국 11개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현재까지) 중 하나인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공공음악창작소의 다른 이름이다.

서울 마포,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남, 충주, 천안, 전주, 춘천, 전남 강진 등에 위치한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는 그 지역의 음악씬과 지역 뮤지션의 창작지원을 위한 취지로 광역지자체마다 만들어졌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명에 ‘지역기반형’이라는 부가적인 타이틀이 붙은 이유가 음악창작소의 주된 임무와 역할을 상징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는 지역 뮤지션의 음반제작과 공연,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고 지역의 음악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 가운데 전남음악창작소는 비교적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지역씬이 강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크로스오버 음악 창작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국악과 퓨전국악, 재즈, CCM, 포크 등의 음악씬이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활발하게 형성된 관계로 전남음악창작소는 자연스레 크로스오버 분야의 뮤지션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고, 그런 창작자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 가운데 전남음악창작소를 찾는 국악인들이(혹은 퓨전국악을 하는)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는데, 국악전문 레코딩 스튜디오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국악전문 공연장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바 특별한 논쟁거리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24억 규모의 ‘전통문화예술전문 TV' 예산 편성 뉴스를 보고나서 느낀 생각은 지금 이 시대의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하여, 국악이 처한 위치와 상황을 짐작케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전문 공연장이 몇 개나 되는지를. 국악 전문 공연장이라고 천명한 곳 - 돈화문 국악예술당, 남산국악당, 부산국립국악원 공연장, 인천 국악회관, 대전 연정국악원, 광주 빛고을 국악공연장, 전주 한국소리전당, 고령 대가야국악당, 진도 남도국립국악원, 영동 국악체험촌 공연장, 전남 남도소리울림터 - 등을 거론할 수 있는데, 어떤 곳은 국악에 가장 어울린다는 자연음향을 구현한다는 공연장이 있고, 60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도 있으며, 지역의 많은 다양한 공연을 소화하는 복합공연장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위상과 규모, 전문성 등을 공히 아우르고 있는 공연장은 몇 개나 꼽을수 있을지는 다소 주저하게 된다.

많은 도시가 서양음악 중심의 대규모 전문공연장을 몇 개씩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봐도 국악 전문 공연장의 현실은 비루하기만 하다. 

여기에 국악 전문 녹음 스튜디오는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음반(음원)녹음의 경우 시장의 영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바 굳이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악 전문 녹음 스튜디오는 민간영역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악 녹음이 힘들기 때문이며, 음악녹음의 영역이 기술적으로 많은 시간과 경험이 축적돼야 하는데 그 기술적 완성도를 구현하는 곳도 많지 않다. 

이에 나라를 대표하는 공공 국악 전문 녹음 스튜디오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국악인들의 바람이다. 국악 전문 녹음장이 없어 공연장에서 녹음을 한다는 현실, 일반 녹음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들인 공과 노력들, 녹음의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창작자와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도 현실이다.

예를 들자면, 국악기는 서양악기와 음원 형성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녹음 위치에 따라 음색이 좌우된다. 또한 공연장(녹음 스튜디오)의 울림과 잔향도 국악에 맞게 설계된 곳이 드물어 창작자를 만족케 하는 것이 힘들다. 국악 녹음에는 연주자들의 최상의 표현력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경우일 때 일시에 녹음하는 경우도 많다.(영화촬영 시 롱테이크라고 하는 경우) 이 경우는 각 마이크 마다 넘는 소리(마이크에 다른 악기군의 소리가 녹음되는 현상)가 있기 때문에 마이크 셋팅을 정확히 해야 나중에 믹싱 작업시 원할히 진행 할 수 있다. 

그 만큼 다른 장르의 녹음보다 국악 녹음이 어려운 부분인데, 일반적인 녹음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국악만이 가지는 장르적인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지 못한바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데, 국악인들에겐 매우 부담이 되는 창작 환경인 것이다. 

숙련된 베테랑급 국악 전문 사운드 디자이너, 레코딩 디렉터도 국내에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국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의 필요성은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악인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수준 높은 대중음악 전문 녹음 스튜디오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국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는 말 할 필요도 없는바 지역에는(지역마다 현실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냥 좋은 레코딩 스튜디오’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우리의 K-Pop, 한류(K-Culture)가 세계를 향해 물결치고 있다는 지금, 우리의 전통음악, 국악에 대해 과연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본다. 국악 전문 TV채널 못지 않게 국악 전문 공연장과 국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 또한 우리의 문화의 수준과 가치를 고양시키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호부터 문화기획자인 ‘장용석의음악시대이야기’가 월 1회 게재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장용석 문화기획자는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문위원,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광주청소년음악페스티벌 등과 같은 전문음악페스티벌 등을 기획 창립하였으며, 전남음악창작소장, 문화기획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대중음악산업과 예술창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