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는 '영산 큰 줄다리기'
남과 북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는 '영산 큰 줄다리기'
  • 정영신 장터사진가
  • 승인 2019.03.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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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백주년기념 민족예술큰잔치에 초대된 '영산줄다리기'

매년 삼일절을 맞아 경상남도 영산에서 열렸던 줄다리기가 삼일절 백주년을 맞아 ‘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 부대행사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26일 청계광장에서 줄 비나리를 시작으로 새끼줄을 꼬고 엮어 말아 거대한 두 갈래의 몸줄을 만들었다.

▲ 비녀목으로 암줄과 수줄이 한몸이 되었다. Ⓒ정영신

중요무형문화재(26호) ‘영산줄다리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민족의 대동놀이다. ‘영산줄다리기’는 마을의 화합을 위하여 500여 년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해온 문화유산으로 우리민족의 혼을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지난달 26일 줄비나리 축원을 하고 있는 변우균씨 Ⓒ정영신

또한 용신앙에 바탕을 둔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 굿으로 1969년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되어, 대한민국 문화유산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산줄다리기는 용을 상징하는 250센티미터의 폭에 40메타의 긴 줄로 암줄과 수줄을 고정시키는 비녀목을 꽂아 연결한 후, 수많은 젓줄에 매달려 승부를 겨룬다.

▲ 영산줄다리기 보존회사람들이 새끼줄에 물을 묻히고 있다. Ⓒ정영신

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을부터 짚을 준비해 두었다가 정월대보름을 맞아 새끼줄을 꼬고, 여기에 풍물패가 어울려 신명을 일으키며 줄을 만드는데 200명이상이 모여 준비한다. 여기에 줄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소금과 물을 뿌리고, 줄이 터지지 않도록 밟아주는 과정을 거친다.

▲ 줄을 단단하게 하기위해 소금을 뿌리고 있는 모습 Ⓒ정영신

이번 한겨레 큰 줄 당기기 집행위원장이자 ‘영산줄다리기 보존회’를 이끌어가는 신수식씨는 “우리고향사람들은 줄다리기를 하지 않으면 한해농사를 시작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만큼 줄에 대한 열정이 크다.

▲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줄을 단단하게 여미고 있다.Ⓒ정영신

영산은 독립만세를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외친 성지로서 우리조상들의 정신이 이 줄 속에 담겨있다. 오죽했으면 일본인들이 우리의 협동심과 단결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줄다리기 인원을 제한했겠느냐, 영산줄다리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저 모든 마을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줄다리기를 준비하면서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암줄과 수줄이 만나기 위한 과정 Ⓒ정영신

이번 영산 큰 줄다리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줄을 만드는데 쓰이는 볏짚을 구하지 못해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점과, 사람 손으로 해야 할 일을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기계가 동원되어 안타까웠다. 전통 줄다리기는 온 몸으로 줄을 당기기 때문에 상대를 앞질러 가지 않고, 뒷걸음을 많이 쳐서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줄다리기다. 3.8선에서 줄다리기를 해 우리가 뒷걸음으로 북한을 껴안으면 그게 바로 평화통일이 아니겠느냐? 우리 영산에서는 암줄과 수줄의 성패로 한해 농사를 점친다”고 말했다.

▲ ‘영산줄다리기 보존회’를 이끌어가는 신수식 Ⓒ정영신

특히 이번 3.1 백주년기념 ‘영산 큰 줄다리기’는 “서울시민들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잘 마무리되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인사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 말뚝이와 함께 세종대로로 진입하는 모습 Ⓒ정영신

동부줄과 서부줄로 나눠 청계광장에서 출발한 두 줄이 풍물을 지피며 세종대로에 진입하자 서낭대 싸움과, 말뚝이춤으로 기 싸움을 벌였다.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비녀목에 꽃은 후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 말뚝이와 시민들이 줄을 진행시키고 있다. Ⓒ정영신

많은 시민들의 함성아래 치러 진 줄다리기는 신명난 풍물소리와 출렁이는 깃발이 힘겨루기의 박진감을 더해 주었다. 동부 줄과 서부 줄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해 서부 줄이 이기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 동부줄과 서부줄이 풍물과 함께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정영신

영산줄다리기는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시초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지나면서 잠시 단절되었지만, 1963년 3.1문화제에 재현된 후, 3.1민속문화제 때마다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영산 큰 줄다리기’로 우리농촌이 삶의 근본이 되고, 암줄과 수줄은 ‘민족통일 줄’과 ‘생명평화 줄’이 되어 시민들 마음에 우리민족의 공동체를 인식시켰다.

▲ 말뚝이 춤을 구경하는 시민들 Ⓒ정영신

특히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줄다리기가 끝나자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새끼줄과 꽁지줄을 잘라갔다. 영산에서도 줄다리기가 끝나면 이긴 편의 짚을 한웅큼씩 잘라 자기 집 지붕위에 올려놓으면 한해 집안이 평안하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고, 소에게 먹이면 소가 튼튼하게 잘 크고, 이 짚을 거름으로 쓰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 승리한 쪽의 줄을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자르는 모습 Ⓒ정영신

또한 시민들의 참여로 펼쳐진 영산 큰 줄다리기는 두 동강이 난, 우리의 역사를 이어주는 거대한 판 놀이였다. 100년 동안 우리 땅에서 벌어진 틈을 거대한 비녀목으로 연결해 암줄과 수줄의 교합처럼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 '3.1 백주년기념 민족예술큰잔치' 예술감독 최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