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도시 조명 감시단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도시 조명 감시단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2.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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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가오루 멘데는 일본의 조명디자이너로 일본뿐 아니라 싱가폴 등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년 싱가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1차 담화를 나누기 전날 김정은 위원장이 수행원들과 돌아본 마리나 베이 샌즈 지역의 야경이 그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하면 좀 쉽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특이하게 그는 디자인뿐 아니라 교육, 비평등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세심하게 보는 편인데, 최근 ‘Light Detectives' 라는 단어와 함께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20세기 도시는 빠른 발전을 이루고, 우리가 사는 환경은 점점 빛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빛들은 ‘빛공해’ 혹은 ‘빛의 과잉’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과연 이 빛들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가?”로 시작되는 홈페이지의 환영인사말에서 그는 이론이나 관념에 의해 현재의 도시의 야간 상황을 판단보다는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Light Detectives'로서의 참여를 권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야경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열고, 각자의 환경에 대한 빛환경적 특성을 공유하며 더 좋은 빛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Light Detectives'가 시작된 목적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시작되어 일본 뿐 아니라 코펜하겐, 뉴욕, 마드리드, 방콕, 대만 등에서 활동하는 조명디자이너들이 그 뜻을 같이하고 있고 파나소닉 등 약20개의 조명관련 업계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분야에서 사례이미지는 매우 흔한 단어이고 컴퓨터를 사용하고부터는 먼지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그 흔한 사례이미지가 소용없는 유일한 디자인 분야가 조명일 것이다. 예전에 공부하던 시절,, soft light, hard light에 대한 사례이미지를 찾아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러면서 ‘꼭 너 눈으로 본 것을 사진으로 담아 오라’는 주문을 듣고 ‘참 비효율적인 주문을 하시네’라고 생각했었다. 해진 뒤 시간이 짧은 여름에 주제에 맞는, 그러면서 좋은 야경사진을 얻는 것은 여러 날이 걸리는 일이라 간단해 보이는 그 숙제를 하루 만에 하려니 자연히 정보의 바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과제를 훑어본 교수가 어디인지를 물었고 쉽게 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떤 점이 soft하게 혹은 hard하게 느껴졌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 그 공간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주변은 어떠했는지를 물어오는데 나는 이실직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왜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담아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같은 숙제를 내주고, 같은 질문을 한다. 

도시마다 도시의 독특한 경관을 강조하기 위한 야간경관가이드라인이 수립되어 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나 상업건물 뿐만 아니라 도로나 공원, 문화재 그리고 수변 등 경관적으로 다른 요소에 대한 야간경관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과 같은 경우엔 침입광이나 상향광과 같이 직,간접적으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빛공해에 대한 지침이 주이고, 도로는 안전을 위한 밝기와 균제도 그리고 광장이나 공원은 안전과 더불어 공간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다양한 빛을 제공하도록 한다. 더불어 생태보존지역이나 생산녹지지역은 최소의 빛을 두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공지하고 심의라는 과정을 거쳐 관리하고 있으나 도시의 밤은 점점 밝아지고 있다. 의미없는 빛요소의 수적 과잉과 경쟁적으로 밝아지는 빛 그리고 계획 없이 설치하는 조명기구들로 문명의 혜택으로서의 조명이 아닌 공해의 주범이 되어가고 있고 이를 세심하게 필요한 빛과 필요하지 않은 빛으로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명감시단' 도시의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형성하기 위하여 조명을 계획하고 그대로 현실화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욱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오루 멘데가 일찍이 ‘Light Detectives'를 조직하고, 전문가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모아 거리를 걸으며 직접 도시의 야경에 대해 그들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야간경관계획일지도 모르겠다. 빛을 밝히는 것보다 어둠을 만드는 일이 더욱 의미 있는 야간경관계획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