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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으로 영화를 사색하는 시간, 열정의 흔적을 만나다

기사승인 2019.02.09  14: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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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분장 콘텐츠 전시회 <영화의 얼굴창조展>

영화가 끝난 후, 우리는 무엇을 통해 영화를 사색하는가?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 속 배우의 연기, OST, 연출, 스토리 라인 등을 통해 영화를 기억한다. 

그리고 <영화의 얼굴창조展>(주최 ㈜하늘분장)은 이러한 관객들에게 ‘분장’이라는 새로운 영화 사색 수단을 시도했다. 

본 전시는 국내 최초의 분장 콘텐츠 전시회로, 대중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분장’을 영화 사색의 한 수단으로 삼았다. 

   
▲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이병헌 분)가 쓴 상투관

분장감독 조태희의 작품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총 15편의 영화 속 총 500여점에 달하는 작품이 진열되며, 지하1층 광해관을 시작으로 지하2층 역린관, 남한산성관, 지하3층 사도관, 창궐관, 지하4층 안시성관, 분장의 역사월 등 총 7개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각 관은 영화의 OST를 비롯하여 영화 장면 대사 등을 소리로 제공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영화 속 비녀, 상투관 등의 장식구와 수염 등의 분장을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새롭게 상기시켰다.

<광해>관 같은 경우에서는 광해(이병헌 분)가 가진 날카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뾰족하게 디자인 된 상투관을 선택함으로써 광해가 독약에 분노하는 장면에 현실감과 전달력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임금인 광해를 용으로 드러내기 위해 중전의 비녀를 여의주로 장식하며, 왕과 중전을 용과 여의주로 표현함으로써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 

<광해>라는 영화를 이루는 큰 줄기인 만날 수 없는 광해와 하선의 1인 2역의 느낌과 그에 따른 중전(한효주 분)의 안타까움을 표현하기 위해, 중전의 비녀를 두 용이 마주보는 형식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 <남한산성> 속 등장인물의 얼굴들

영화 <남한산성>은 인물들의 인상 깊은 심리 연출로 인물 간 대립구도를 부각한 작품이었고,  인물들의 대립을 부각하기 위해 역시나 분장이 효과적으로 적용됐다.

<남한산성> 속 분장은 ‘수염’에 집중됐다. 인물들의 수염을 자르지 않고 기르는 수염으로 설정함으로써 전쟁이라는 시기와 각 인물의 성격 및 신분을 드러내고자 했다.
 
새치 수염, 고불거리는 수염 등을 통해 고집 있는 김상헌(김윤석 분)의 성격을 부각했으며, 입술을 덮는 수염을 통해서는 과묵한 최명길(이병헌 분)의 성격을 부각했다. 대장장이라는 날쇠(고수 분) 캐릭터를 위해서는 남성스러운 설정을 드러내고자 동그랗게 굴리는 수염을 설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영화 속 긴장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인물들의 대사를 배경 음악으로 틂으로써, 서리가 맺힌 수염을 비롯한 극중 인물들의 분장이 보다 현장감을 느끼게끔 했다.

   
▲ <역린> 속 정조(현빈 분)의 비녀

<역린>과 <사도>는 정조라는 동일한 인물을 영화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 것을 비교하는 매력이 있었다. 

‘역린관’ 속 현빈이 분한 정조는 남성성에 중점을 뒀다. 강렬한 구레나룻과 수염, 날카롭고 뾰족한 비녀 등이 이러한 <역린> 속 정조를 드러냈다. 

이에 비해 ‘사도관’ 속 정조(소지섭 분)는 슬픔이 중심이었다. 영화 자체가 사도가 중점이어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 분장을 시도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 <사도> 속 사도세자(유아인 분)의 피묻은 상투

<사도>의 상투관도 섬세했다. 검은 색이 주는 색감의 느낌을 활용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피가 튄 상태로 보관된 상투관은 고증과 창작을 조화롭게 섞음으로써 영화 속 긴장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 <안시성> 속 양만춘(조인성)의 가발

바야흐로 누적 관객 2억 명의 시대다.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 콘텐츠이자 예술 입문서로 그 가치가 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관객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니다. 그들은 영화를 평론하고 심지어는 펀딩을 통해 제작 과정에까지 참여하며 한국 영화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조언자이다. 이에 영화인들에게는 그러한 관객들의 수준 높은 니즈(needs)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강구된다.

이러한 상황에 조태희 감독은 말한다. ‘어느 현장이든지 항상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 ‘관객들에게 사소한 부분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그 큰 스크린 속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소품일지라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로만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음악, 풍경, 연출 등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담겨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을 수 있더라도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작은 소품까지도 열정을 다해 준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전시관 한 면을 가득 채운 캐릭터 콘셉트 드로잉을 비롯하여 영화라는 장르 하에 고증과 창작 속에서 고민한 분장의 흔적들은, 관객들을 위한 제작자들의 열정을 대변했다. 

영화를 사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본 전시회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사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해주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차유채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문화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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